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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의 방향과 R&D 전략에 대한 소고

한국자동차공학회
2020-04-08
조회수 4444


















최근 자동차 산업은 기존의 내연기관 중심의 제조업에서 SW(Software) 중심의 융복합 사업으로 그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사업 구조를 유지하며 미래의 변화를 대비해야 하는 자동차 산업 관련 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영업 이익률이 하락하는 등 저성장을 경험하고 있으며, 중국 내수시장의 부진과 국제 무역 분쟁 등으로 인해 완성차 판매량이 축소되면서 이러한 저성장이 더욱 심화되는 추세이다. 또한 SW와 ICT 강점을 갖는 다른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차세대 성장 동력을 자동차 산업에서 찾으면서 시장에 계속 진입하고 있어 이로 인한 업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가 우버(Uber)와 같은 Mobility Platform 사업자가 시장을 지배하고, 전통 제조업체는 바퀴 달린 박스만 생산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을 높이면서 자동차 업계의 대 위기론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자동차 산업 전반의 변화 방향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R&D 전략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주목할 만한 소식들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이 갈만한 여러 소식들이 작년 말부터 올해에 걸쳐 이슈화 되었다. 그 중 하나가 2019년 12월 EU 정상회의에서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합의했다는 발표이다. 이를 통하여 2050년까지 탄소 중립(Carbon Neutral)을 목표로 이미 도전적이었던 유럽의 탄소 배출 감축 40%보다 더욱 공격적인 55%까지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특히 2025년까지 제로 배출 또는 저배출 차량을 1,300만대 보급하고 이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획을 갖고 있어 완성차 업체 및 부품사는 전동화 차량에 대한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였다.


또 하나는 이른바 한국의 첫 “모빌리티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타다(TADA)” 관련 뉴스이다. “타다”의 법적인 정합성과 사업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논란은 있지만, 이 부분은 차치하고 이 사건으로 “공유 경제” 관련 법 개정과 기반 조성의 필요성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정부와 관련 업체가 논의를 시작하였고 이를 통한 공유 경제 기반이 마련되면 관련 비즈니스가 자동차 관련 산업에 빠르게 파고들 것이며 급성장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는 이미 공유 경제 기반 비즈니스의 급격한 성장으로 자동차 업체들이 발 빠르게 이 시장의 선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Daimler-Benz는 Car2Go라는 Car Sharing 사업을 2008년 시작하여 2016년 말에 이미 14,000여대를 운영하였고, 2019년에는 BMW와 모빌리티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를 설립하여 그 위세를 확장하고 있다. 전통적 경쟁사인 두 업체의 JV설립은 공유 경제 기반의 Future Transportation 분야에서 모빌리티 전문업체에게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GM은 리프트(Lyft)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매이븐(Maven)이라는 자체 카쉐어링 브랜드를, 그리고 폭스바겐(VW)은 전기차 기반 위쉐어(WeShare)를 2019년 출범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주도권 싸움은 치열해지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또 다른 차원으로 삶의 변화를 이끌 5G 관련 뉴스이다. 2020년 2월 미국 정부는 5G망 구축 조건으로 미국의 통신업계 3, 4위 업체인 티모바일(T-Mobile)과 스프린트(Sprint)의 합병을 승인하였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망 상용화 이후 유럽,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이 5G 서비스 상용화를 시작하였지만 아직 인프라가 완벽히 구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합병 조건으로 내건 “미국 인구의 99%를 감당할 5G망 구축”이라는 내용을 보면 관련 IT제품과 서비스 등이 5G 활용을 목표로 출시될 수 밖에 없고, 결국 수년 내 5G가 대세 통신망으로 변화할 것이 확실하다.


이미 자동차 업계는 관련 업계와 손잡고 5G 통신 망을 기반으로 하는 차량의 클라우드 서비스 및 V2I(Vehicle to Infra), V2V(Vehicle to Vehicle) 등 관련 서비스 기술 개발을 부지런히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 기술의 제약이 있던 기술들이 5G를 통해 현실화 되고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한 기술들과 비즈니스가 우리 삶과 자동차 시장에서 구현될 것을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의 방향과 리스크

앞서 언급한 뉴스들의 키워드를 뽑아보면 결국 M.E.C.A로 대변되는 모빌리티(Mobility), 전동화(Electrification), 커넥티비티(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주제들은 이미 모든 완성차 및 부품사가 잘 알고 있고 추구하고 있는 공통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자동차 업계는 M.E.C.A의 각 기술을 각자 확보하려고 노력하면서 지속적 개선(Continuous Improvement)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해 왔다. 하지만 전동화, 커넥티비티, 자율주행의 결합을 기반으로 하는 모빌리티 기술이 자동차 시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에 대한 빠른 진입과 선점을 통한 지배력 확대가 중요한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모두가 시장의 리더가 되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접근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앞서 언급된 기술들은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고 성숙되지 않은 시장과 고객의 수용 여부, 기술 완성도에 대한 의구심, 즉 안전과 신뢰성 확보 등 여러가지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험(Risk)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선점은 매우 중요하지만 리스크가 크고 시간은 촉박한 이런 상황에서 각자 추진하는 방향이 그 회사의 미래 지속성과 시장 지배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은 자명하다. 그러므로 지속적으로 산업의 방향을 주시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민첩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실천 사항이 되었다.


자동차 관련 업체들의 전략

이런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과연 자동차 업계는 어떤 전략을 가져가야 할까?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 보면, 우선 기술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 과거 내연기관과 제조 중심의 자동차 산업에서는 오랜 기간 다져온 각 사의 Know-how가 각 브랜드의 차이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M.E.C.A의 신기술은 전자, 통신, SW, 화학, 기계 등 다양한 역량의 결집이 필요하여 한 개의 업체가 모든 기술을 내재화 하려면 막대한 선행 개발 비용과 리소스가 필요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니즈에 적시에 대응하는 것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 기술은 자체 개발 통한 내재화를 추진하되, 스타트업을 비롯한 기술 강점 기업들과 M&A, Partnership, Joint Venture, Cross License를 통해 신기술을 빠르게 획득하고 개발비를 분담하여 비용 리스크를 줄이며 Time-to-Market을 최적화하는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해외 업체들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덴소(Denso)는 토요타(Toyota)와 2020년 4월을 목표로 미라이스(MIRISE)를 설립하여 차량용 반도체 및 자율주행 센싱, 파워 일렉트로닉스 선행 연구를 수행하는 계획을 발표하였으며, 폭스바겐(VW)과 포드(Ford)는 2019년 7월 자율주행 차량과 전동화 부문에서 협업을 발표하여 ArgoAI에 공동 투자 및 전기차 플랫폼 확대 적용 등의 파트너십을 체결하였다. 이 외에도 자율주행 개발 기술을 위해 다임러(Daimler)와 보쉬의 기술제휴, 인텔(Mobileye)을 중심으로 한 BMW-FCA-Aptiv-Continental-Magna의 자율주행 레벨3 기술개발 컨소시엄 등 완성차와 부품사 ICT기업들이 종횡 연합을 통한 기술 확보 전략을 펼치고 있는 사례는 많다.


그 다음으로 기술과 제품의 플랫폼화를 통해 원가를 낮추고 다양한 고객 요구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업체가 주도하여 기술을 시장에 제공하였고 고객은 이 기술을 취사 선택하였다. 하지만 이제 자동차 시장은 고객(개인 고객과 B2B 고객을 포함)이 주도권을 갖고 있어 다양한 고객 요구에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이런 시장에서 업계는 기술과 제품 포트폴리오의 공통적인 부분과 차별화된 부분을 구분하여 공통적인 부분은 기반 플랫폼(Base Platform)화 하여 사용 범위 확대를 꾀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기반 플랫폼 위에 차별화된 애플리케이션 기능을 추가하여 다양한 수준과 형태의 기술과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상기의 전략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는 내부 조직 재정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전통적인 제품 개발과 생산 판매 위주로 구성되었던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M.E.C.A 중심의 신사업으로 비즈니스 구조를 전환하여 신사업 역량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해외 업체의 사례를 보자면 콘티넨탈의 경우 2019년 중장기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내연기관 부품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M.E.C.A에 적합한 사업구조로 전환하기 위함임을 밝혔다. 이미 콘티넨탈은 2018년말 자사 조직재편을 통해 기존 Automotive Group을 Continental Automotive와 Continental Powertrain으로 개편하고 Continental Automotive 산하에 Autonomous Driving Technologies와 Vehicle Networking Technologies를 두어 M.E.C.A 중심 사업체제로 전환을 준비한 바 있다.


보쉬의 경우 2019년 커넥티드 모빌리티 솔루션 사업부를 신설하여 모빌리티 서비스 부문을 강화하는 반면 E-Mobility와 관련이 없는 발전기, 터보차저 등은 중국 업체에 매각하였다. 특히 디젤 수요 감소 및 수익성 악화에 따라 디젤 부품 공장 중심으로 인력 감축 계획도 밝힌 바 있다. 토요타의 경우 이미 2016년 독립 사업부인 커넥티드 컴퍼니를 신설하여 커넥티드 관련 기술 개발과 서비스 운영을 한곳에 집중시켰다. 토요타의 핵심 부품사업 계열사인 덴소는 M.E.C.A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진 모빌리티 시스템 사업 개발부를 신설하고 커넥티드 사업 강화를 위한 조직을 2020년 신설하였다.


R&D의 핵심 역량과 방향성

앞서 기술한 전략에 맞춰 R&D는 어떤 역량에 집중해야 할까? 당연한 결론이지만, 자동차 산업의 방향성인 전동화,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모빌리티의 핵심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 될 것이다.


흔히 MOD(Mobility on Demand) 또는 MaaS(Mobility as a Service)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서비스는 사용자의 자동차에 대한 사용 패턴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는 자동차 HW(Hardware)를 점점 Commodity화 시켜 HW 자체의 매력도나 차별화에 따른 소비자의 차량 구입 동인을 줄어 들게 할 것이다. 이와 반대로 커넥티비티와 자율주행 기능 등 차량에 탑재된 SW 또는 차량이 제공하는 ICT서비스에 대한 차별화가 차량의 구매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차량은 ICT Device화 되고 차량 SW의 중요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며 스마트폰처럼 주기적으로 차량의 SW가 업데이트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흐름으로 보았을 때 결국 누가 SW 및 반도체(System on Chip)를 능숙하게 다루고 활용할 수 있느냐가 차세대 R&D의 핵심 역량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렇다면 차세대 R&D 체계는 어떤 형태로 구축이 되어야 할까?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고객의 자동차 사용 패턴은 고객의 생활 패턴과 밀접하게 변화할 수 밖에 없다. 이는 결국 나라별, 세대별, 직업별로 세분화 되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이고 이 넓은 Spectrum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차량 생산의 형태가 다차종 소량 생산 방식으로 변화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지원할 수 있는 R&D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Agility, Digital-Transformation, Big Data, AI, Industry 4.0 등 최근 유행하는 기술 주제들이 어떤 형태로 자동차 R&D 영역에 적용될 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개발의 효율성, 속도, 신뢰성을 고려하여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차세대 R&D 체계 구축의 방향성될 것이다.




기업의 생존과 전략

1차 산업혁명이 1760년경 시작되어 110년간, 2차 산업혁명은 1870년경 시작되어 90년간, 그리고 20세기 3차 산업혁명은 55년동안 유지되면서 각 산업혁명의 도래 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 과거의 산업혁명들과 같이 우리는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하고 있지만 돌아보면 모든 산업혁명의 변화와 영향력은 상당히 파괴적이었다. Forbes에서 집계한 미국 상위 10대 기업 변화를 보면 2차 산업혁명 기간(1917년) 상위 10대 기업이 3차 산업혁명 기간(1967년)으로 넘어간 50년 후 8곳이 바뀌었고 살아남은 2곳도 석유회사 및 통신 독점사였다. 그리고 3차 산업혁명 이후 4차 산업혁명 기간(2017년)으로 넘어간 50년 후 상위 10위 기업은 모두 바뀌었다.


기업의 흥망성쇠가 50년을 넘지 못하고 특히 산업혁명을 지날 때는 더 더욱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우린 과거로부터 명백히 경험해 왔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이런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방향타(Key)라고 할 수 있는 M.E.C.A는 정확히 언제 성숙한 시장이 형성될지 예측이 불가하다. 하지만, 그 시장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자동차 산업에 관련한 모든 부문은 M.E.C.A 기술의 확보를 위한 전략 수립 및 R&D 핵심 역량 개발을 통해 생존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지속적인 성장과 위치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학자인 엘빈 토플러는 “당신에게 전략이 없는 경우 당신은 다른 누군가의 전략의 일부가 된다”라고 했다. 파괴적인 변화의 대 전환기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들이 다시 한번 곱씹어 되새겨 볼 가치가 있는 경구임에 틀림없다.


* 글: 조성환 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현대모비스)

* 출처: 한국자동차공학회 제공, 오토저널 202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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