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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V, 캐즘을 넘을 수 있을까?

한국자동차공학회
2024-12-01
조회수 293

프트웨어-정의 자동차(SDV)는 소프트웨어로 그 기능이 정의되는 차량이다. SDV에서는 차량의 기능을 구성하는 서비스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통해 손쉽게 배포될 수 있기 때문에 SDV가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를 근원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스마트폰과 유사한 미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기능 안전의 제약을 갖는 자동차는 스마트폰과는 다른 요구 사항을 가지고 있다. 이런 차이점은 SDV를 실제로 구현하는데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며, SDV 캐즘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낸다. 본고에서는 SDV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공학적, 비즈니스적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모색한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소프트웨어-정의 자동차(Software-Defined Vehicle, SDV)의 등장으로 새로운 질적 변화를 목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토요타, 폭스바겐, 벤츠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대외적으로 천명했듯이, 이제 SDV는 미래자동차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1,2,3,4


SDV는 그 기능(feature, function)이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자동차를 의미한다.5 이렇게 단순한 개념에서 파생된 SDV는 (1) 자동차 기능의 서비스화, (2) 차량 제조 생산성의 혁신, (3) 차량 개발 비용과 부품 가격의 절감이라는 눈부신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그 이유는 SDV가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는 기능(feature)과 개발자의 관점에서 보는 기능(function)을 일치시켜, 제품 개발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6,7,8


이런 관점의 일치를 이루기 위해 SDV에서는 자동차의 기능을 서비스라고 하는 작은 단위의 조합으로 구현한다. 그 결과로 SDV는 자연스럽게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ervice-Oriented Architecture, SOA)”라는 소프트웨어 구조를 갖는다.9


SOA는 기업이나 전자상거래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구조이다. SOA는 사전에 구축된 공통 서비스를 재사용한다는 측면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아울러 SOA에서는 공용 서비스들이 다양한 환경에 배치되고 수행되기 때문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표준화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이런 표준화는 시스템 부품가격의 하락과 구축비용의 절감으로 이어진다.


SDV는 이런 SOA 기법을 차량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적용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이미 많은 분야에서 검증된 SOA의 이점을 차량 시스템에서도 얻고자 한다. 이것이 자동차 업계가 SDV에 대해 기대하는 가장 큰 이점이다.


한편 차량 시스템은 기업 컴퓨팅 인프라나 전자상거래 컴퓨팅 인프라와는 다른 차별화된 요구 사항인 기능 안전을 가지고 있다. 이 기능 안전 요구 사항은 향후에 SDV를 구현할 때 중요한 기술적 장애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SDV가 캐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본고에서는 SDV의 긍정적 비전의 이면에 존재하는 장애 요소들을 기술적인 측면, 공급망적인 측면,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고, 현재 제시되고 있는 SDV 서비스의 한계를 분석한다. 이어서 이런 장애 요소와 한계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모색한다.


SDV 캐즘은 오는가?

캐즘(chasm)은 Geoffrey Moore가 ‘Crossing the Chasm’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혁신기술이 초기 사용자 시장에서 다수 사용자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단절을 의미한다.10 많은 새로운 기술들이 캐즘을 경험하는데, 그 가운데 상당수는 캐즘을 극복하지 못하고 소멸되거나 심각한 정체를 경험한다. SDV도 예외는 아니어서 크게 세가지 이유로 캐즘을 겪게 될 것이다.


첫째가 “표준화된 Zonal 아키텍처”의 양산 지연이다. Zonal 아키텍처란 차량의 중앙에는 고성능 컴퓨터(High-Performance Computer, HPC)를 두고, 차량의 외곽에는 센서와 액추에이터를 연결하는 Zonal 제어기(Zonal Control Unit, ZCU)를 배치하는 차량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의미한다.


이런 HPC와 ZCU는 고대역폭 백본 네트워크로 상호 연결되며, ZCU와 센서/액추에이터는 다시 센서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그림 1>은 Zonal 아키턱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 Zonal 아키텍처는 SDV에서 표준화될 하드웨어 플랫폼의 기반이 되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Zonal 아키텍처는 2024년경에 양산 차량에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현재 그 개발이 상당히 지연되고 있다. 그 원인은 기술적 장애와 공급망적 한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제어 로직이 수행되는 HPC와 제어 명령이 수행되는 액츄에이터 간의 통신 지연이나 센서 네트워크의 구조적 제약 등이 대표적인 기술적 문제이다. 통신망에 스스로 연결될 수 있는 스마트 센서/액추에이터의 양산성 결여와 비싼 통신 모뎀 가격 등은 공급망적인 문제이다.



둘째는 “기능 안전을 지원하지 못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태생적으로 SDV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컴퓨팅에서 많은 기술을 차용하고 있다. Docker container, Kubernetes, Linux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이런 기술들은 기능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실시간성이나 mixed-criticality 보장에서 아직까지 많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5 학계나 연구계에서 조차도 아직 이런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는 SDV를 지향하는 “킬러 서비스”의 부재이다. 앞에서 기술하였듯이, SDV 출현의 가장 큰 원동력은 자동차 산업의 서비스화이다. 따라서 SDV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감동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자동차 기업들은 스마트폰과 유사한 “Me-Too”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첫째, 고객이 차량을 실제로 사용하는 시간이 매우 짧은데 일평균 45분~75분 정도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일상에서 SDV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의존도가 스마트폰에 비해 매우 낮다. 둘째, 스마트폰에서 성공한 서비스가 SDV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SDV에서는 모빌리티에 관련된 서비스가 창출되어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지속적인 성공을 거둔 모빌리티 서비스를 나열하기 어렵다. 셋째, 지속적으로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 실현의 어려움이다.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유료 서비스는 참신성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 가장 성공한 모빌리티 서비스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경쟁사가 유사한 서비스를 기본 기능으로 차량에 탑재하게 되면 테슬라 조차도 기존 서비스의 유료화를 유지하기 어렵다.


이와 같이 SDV를 성공적으로 개발하여 미래자동차 산업의 주역으로 만드는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할 것으로 예견된다. 따라서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전략이 필요하다.


SDV 캐즘 극복을 위한 미래 전략

앞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SDV 캐즘의 원인은 크게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의 개발 지연과 킬러 서비스의 부재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 절에서는 이 두가지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거시적 전략을 모색하고자 한다.11



이미 언급된 바와 같이 SDV의 핵심 개념은 재사용이 가능한 공용 서비스들을 조합하여 차량의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서비스화를 구현하고자 하는 핵심 취지를 고려할 때, 이런 서비스들은 동적으로 배포되고, 설치되며, 수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SDV는 서비스의 동적 결합을 지원하면서도 기능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표준화된 하드웨어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필요로 한다.


SDV 개발을 위해 이런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들이 널리 사용되도록 하려면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표준을 작성하며, 프로토타입 시스템을 개발하여 소스 코드를 구축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과 기술력을 지닌 조직이 필요하다. 독일의 AUTOSAR 컨소시엄이나 Linux 재단과 같은 비영리적인 조직이 대표적이 예이다.


한편으로는 화웨이나 샤오미가 중국에서 보여주듯이, 개개의 영리 기업이 그런 리더십을 행사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국내에서는 스마트TV를 위한 WebOS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LG전자가 대표적 예이다. 또한 기술적인 완성도를 갖는 플랫폼 OS로 평가받은 바 있는 삼성전자의 Tizen도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로보택시, 차량 AI, SDV 분야에서 혁신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활동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화웨이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축적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술을 토대로 SDV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중국의 미래자동차 스타트업들에게 전수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미래자동차 산업에서 후속 세대의 성장을 지원하는 과외 선생의 역할과 같다. 국내에서도 SDV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을 선도할 수 있는 조직을 육성하고, 그에 따른 결과물을 토대로 산업의 저변을 다지는 전략적 접근이 절실하다.


SDV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과 함께 킬러 서비스를 발굴하는 작업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스마트폰 Me-Too 전략의 신화를 비판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먼저 SDV 서비스 고객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현재까지는 SDV의 고객으로 주로 자가 차량 소유자만이 고려되었다. <그림 2>에서 보듯이 실제 개인에 대한 차량 매출이 전체 시장의 절반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이 성숙하게 되면 SDV 소비자는 더욱 분화하게 될 것이다. 즉, 자가 차량 소유자 이외에 모빌리티 서비스 공급자와 모빌리티 서비스 사용자가 새로운 고객이 된다. 특히 B2B 채널을 통해 차량을 공급 받아 장단기 리스 계약 등으로 차량을 대여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공급자가 주요한 고객으로 부상하게 된다. 이들은 SDV 서비스의 실질적인 축이 될 것이다.



모빌리티 서비스 공급자들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용자를 지원하기 위해서 리스 차량의 개인화를 빈번하게 수행해야 한다. 또한 보유하고 있는 차량에 대한 차량 군집 관리(Fleet Management System, FMS), 차량 정보 관리(On-Board Diagnostics, OBD) 등의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이때 SDV 서비스를 활용하면 이런 기능들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림 3>과 같이 모빌리티 서비스 사용자와 공급자는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마켓플레이스에 의해 연결되는데, 차량 제조사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자체를 SDV 서비스화 하면 강력한 시장 지배력를 확보할 수 있다. <그림 2>에서 예측되듯이, 모빌리티 서비스가 정착되는 시기가 오면 이런 B2B 시장 점유율이 B2C 시장과 필적하는 규모가 된다. 따라서 모빌리티 서비스 공급자가 SDV 서비스 시장의 핵심적인 고객으로 부상하게 된다.


본 고에서는 SDV가 직면하게 될 캐즘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였다. SDV는 자동차의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정의하여 서비스화함으로써 차량 제조 생산성 혁신과 개발비용 절감이라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그러나 표준화된 Zonal 아키텍처의 양산 지연, 기능안전을 지원하지 못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킬러 서비스의 부재라는 세 가지 주요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도전 과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향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기능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서비스의 동적 결합을 지원할 수 있는 표준화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이다.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과 기술력을 갖춘 조직의 육성이 필수적이다. 둘째, SDV 서비스의 고객층을 자가 차량 소유자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공급자와 사용자로 확장하여, B2B 시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SDV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기술적 완성도를 갖춘 플랫폼 개발과 함께,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차별화된 서비스 전략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스마트폰의 성공 방정식을 차량에 적용하는 것을 넘어, 자동차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을 요구한다.


<참고문헌>

1. https://group-media.mercedes-benz.com/marsMediaSite/ko/en/46665504

2. https://www.volkswagenag.com/en/news/stories/2020/06/we-want-to-develop-our-own-software-platform.html#

3.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4/09/12/2024091200271.html

4. https://www.moneys.co.kr/article/2024071617091630589

5. Namcheol Lee, Seongsoo Hong, and Saehwa Kim. “Dynamic Mapping of Mixed-Criticality Applications onto a Mixed-Criticality Runtime System with Probabilistic Guarantees.” IEEE 44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Distributed Computing Systems (ICDCS). IEEE, 2024.

6. https://youtu.be/YhXyM8Squ2I

7. https://youtu.be/C_L-flYPMFs

8. https://youtu.be/eLFP8mH000c

9. https://en.wikipedia.org/wiki/Service-oriented_architecture

10. Geoffrey Moore. “Crossing the Chasm: Marketing and Selling High-Tech Goods to Mainstream Customers.” New York: Harper Business, 1991.

11. https://www.youtube.com/watch?v=hcDzlRwBfFY&t=7s


* 출처: 한국자동차공학회 제공, 오토저널 202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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