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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의 자동차 기술 개발 방향

한국자동차공학회
2020-07-26
조회수 79


위기에 더해진 더 큰 위기

전세계 자동차 시장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충격 이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선진국 자동차 시장은 포화가 된 상태로 신흥국 시장을 바탕으로 시장 규모가 겨우 유지되던 상태였는데, 세계 경제의 침체 및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인해 2018년, 2019년 연속으로 전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가 줄어들고 있었고 2020년 시장 전망도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세계적인 충격으로 자동차 업계는 크나큰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해외 주요 시장의 승용차 판매는 전년 대비 27.5% 급감했고, 특히 중국과 유럽에서 큰 폭의 판매 감소를 나타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팬데믹으로 인한 자동차 수요의 급격한 위축에다 자동차 및 부품 생산이 중단되는 공급 차질까지 겹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이미 치열한 경쟁 속에 수익성이 좋지 못한, 이른바 레드 오션의 상황인데 수요의 급격한 감소와 함께 공급망의 붕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어 자동차 업체들은 하나같이 생존의 위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어려움은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앞으로의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기존의 위기들, 즉 오일 쇼크나 외환 위기, 금융 위기 등은 모두 수요의 급감으로 인한 위기였고, 전 세계적인 위기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상황은 더 큰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응 방안을 찾기가 매우 힘들고 보수적인 관점에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추가적인 변수–유가 전쟁

산유국들 간에 석유 생산량을 무기로 한 유가 전쟁은 역사상 여러 번 발생했었다. 올해 3월초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의 감산 합의 파기도 이런 전형적인 유가 전쟁이 되리라고 예상되던 시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팬데믹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전세계적으로 석유 수요가 급격히 위축됨에 따라 원유 및 석유 제품의 재고가 크게 증가하게 되었고, 원유 저장 공간이 가득 차는 이른바 탱크톱 공포가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석유 수요의 회복 시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렇게 쌓인 석유 재고가 소진되기 전까지는 유가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시장은 전통적으로 유가에 큰 영향을 받아왔다. 기본적으로 저유가는 자동차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그 영향이 단순하지 않다. 산유국들의 자동차 시장이 유가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저유가가 계속될 경우 자동차 판매가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크며, 생산 비용이 큰 셰일 석유 업계가 저유가로 인해 붕괴될 경우 미국 자동차 시장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의 움직임 역시 큰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또 하나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회사의 고육지책(苦肉之策)

이런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자동차 개발 방향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와 공급 양 쪽에서 큰 충격을 받은 자동차 업체로서는 잉여 현금 흐름(Free Cash Flow)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경영을 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지출을 극단적으로 줄이려고 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개발 차종의 수를 최대한 줄이고 시장의 수요 및 판매 가능성을 고려하여 선택과 집중을 하는 방향으로 차량 개발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개발 차종의 수를 줄이는 것과 함께 개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시험 차량의 수를 줄이고 시뮬레이션 기술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차량 개발 전략이 바뀌게 될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에도 자동차 업체들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차량 개발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노력을 해왔는데, 비용 절감에 대한 압박이 매우 커진 만큼 차량 개발의 디지털화는 급격히 가속될 전망이다.


그 동안, 각 자동차 회사들은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규모의 경제를 이용한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플랫폼 및 부품 공용화를 통해 부품의 구매 물량을 늘려 가격 경쟁력이 있는 업체가 전세계에 있는 다양한 차종에 같은 부품을 납품하도록 하는 이런 구매 정책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팬데믹으로 인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감염병 등으로 인해 특정 지역의 산업이 멈추게 될 경우 전세계적인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된 이상, 지정학적인 리스크를 고려한 공급망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기술은 발전한다

현재 COVID-19를 다루는 많은 자동차 관련 매체들은 각 제조사들의 공장 재가동 현황과 향후 글로벌 부품 공급망의 재편 등 사태 이후 얼마나 빨리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회복할 수 있을 지의 각 국가별, 제조사별 탄력 회복 능력에 초점을 맞춘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으나 실제 우리는 팬데믹 사태 진정 이후 친환경 자동차, 자율 주행 기술, 커넥티드카 기술, 그리고 차량 공유 플랫폼 개발로 대변되는 최근 차량 기술 수요 트렌드의 단기적, 장기적 변화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강화된 국가별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차량 개발은 일정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저유가 영향 및 일시적 환경 관련 법규 적용의 유예 등이 논의되는 현 상황을 감안할 때 기존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의 수요가 한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른 단기적 투자에 대한 재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기술력 확보에 대한 선택적 투자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자동차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자율 주행 기술과 커넥티드카 기술에서는 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라는 관점에서 사용자의 안전성, 편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인지 예측 센싱 기술, 블록 체인 기술 등 다양한 연구와 투자가 이루어 지고 있으며 완전 자율 주행차의 상용화 시기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차량 탑승자를 위해 주행관련 정보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커넥티드카 기술은 자동차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연결시킴으로써 차량 주행 중 다양한 영역과 연결되어 최상의 주행 환경을 제공하고 자동차 본연의 주행 기능을 넘어선 스마트 기기로서의 기능을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IOT(사물 인터넷) 기반 커넥티드카 기술에 대한 많은 연구 또한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되어지고 있다.


우버, 쏘카 등 공유 경제를 대표하는 차량 공유 플랫폼 시장의 수요는 최근 코로나 사태에 따른 일시적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도시화에 따른 교통 체증과 차량 관련 고정 비용 부담을 감안하면 그 관련 시장의 증가 추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가능한 대중교통 대신 개인 차량 또는 공유 차량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고정 비용 최소화를 위해 이미 존재하는 차량들을 활용하려는 공유 경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문제에 따른 위생과 방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가지 대안들이 제시될 필요가 있으며 코로나 사태 영향에 따른 P2P, Station-Based, Free-Floating 등의 다양한 공유 차량 사업 모델들에 대한 변화도 함께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더 빨리 다가오는 언택트(Untact) 사회

코로나 바이러스의 팬데믹으로 인해 관심을 끌고 있는 언택트(Untact : 비대면)란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ㆍ반대를 뜻하는 언(Un)을 붙인 신조어이다. 이러한 언택트 문화는 코로나 펜데믹이 끝난 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굳이 시간을 들여 상점을 방문하거나 불필요한 대면 접촉을 하지 않고도 모바일 앱이나 인터넷을 통한 간단한 클릭만으로도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고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비대면의 일상화로 인해 자동차 산업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그 중 고객들에게 더 편리하고, 더 간단하고, 더 프라이빗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동차 업계가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인카페이먼트 시스템(In Car Payment System)이다.


인카페이먼트 시스템은 자동차 내부에 결제 시스템을 장착해 운전자가 주유소, F&B, 정비소, 영업소, 고속도로 요금소, 주차장 등을 이용할 때 보다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개발된 시스템이다. 인카페이먼트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결제를 위해 불필요하게 자동차에서 내리거나 누군가와 접촉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차량을 이용하는 동안 결제를 하려면 신용 카드를 단말기에 태깅(Tagging)하거나 결제용 QR 코드나 바코드를 입력해야만 했다. 또는 현금을 사용해 결제하려면 누군가와는 부득이하게 대면해야만 했다. 언택트 문화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는 불편함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인카페이먼트시스템은 자동차의 위치 정보와 결제 정보에 기반해 불필요한 접촉 없이도 자동으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진정한 언택트 기반의 시스템이다. 미리 부여된 자동차의 고유 번호를 통해 차량의 위치와 도착 예정 시각 등을 방문하려는 매장으로 전송, 다양한 비대면 자동 결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카페이먼트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은 주유소나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매장에 진입하기만 해도 자동으로 차량 고유 번호와 결제 방식이 인식돼 서비스를 받고도 따로 비용을 내기 위해 하차하거나 누군가와 접촉할 필요가 없어진다.


인카페이먼트 시스템에 적용되는 데이터 전송 기술은 먼저 기존 하이패스 결제에 사용되는 RFID를 이용하여 공기 중에 결제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모바일 결제 앱에서 사용되고 있는 NFC 프로토콜보다 더 넓은 거리에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임베디드 BLE(Bluetooth Low Energy) 모듈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와 같은 방법들이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PC와 모바일 위주였던 기존 결제 시스템을 자동차까지 확장한다면 운전자들의 편의성은 대폭 확대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인카페이먼트시스템을 가장 활발히 적용하고 있는 곳은 H사로서, 새로 출시된 대형 SUV를 시작으로 차량 내 간편 결제 기술 구현을 위해 정유 회사, 주차 회사를 비롯해 여러 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서비스는 2020년 상반기 내에 5세대 내비게이션을 탑재한 다른 모델들로 확대될 예정이다. 해외의 경우, 더 많은 업체들이 참여해 활발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사와 J사는 정유업체와 함께 주유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고, H사는 신용 카드사와 함께 자동차용 결제 서비스를 개발하였다.


이렇게 인카페이먼트시스템을 적용하는 완성차들이 늘어나고, 차량 내 비대면 결제 시스템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잡게 된다면 이 거대한 규모의 시장은 자동차 업계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완성차 판매에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새로운 이윤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새로운 먹거리인 셈이다. 이런 변화는 인카페이먼트시스템이란 이름으로 커넥티드카 커머스의 범용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은 서비스의 커넥티비티 편의성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요구 대응과 비면화에 익숙해져 버린 사회 속에서 인카페이먼트 시스템은 큰 기회이자 자동차 판매를 위한 반드시 필요한, 그리고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판매 요소이기에 인카페이먼트 시스템 적용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개발 비용의 부담이 크고 개발 기간이 긴 자동차 산업의 특성 상 이런 불확실성은 자동차 업체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 년 앞을 내다보고 큰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결정의 시기를 놓치거나 잘못된 결정이 이루어지면 장기간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먼저, 자동차 산업 종사자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용 절감 노력과 함께 신기술 개발, 안정된 노사 관계 정립 등의 숙제가 있다. 또한, 자동차 산업이 국가 경제, 특히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재정적인 도움과 함께 불필요하거나 시급하지 않은 각종 규제의 완화 및 유예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고 이제부터 경제 위기의 시작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맥킨지(McKinsey & Company)의 전망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맥킨지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이번 위기가 단순히 전염병 위기 해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넥스트 노멀(Next normal)로 갈 것이라고 보고 다섯 단계(5R)을 제시하였다. 사태 해결(Resolve) – 회복(Resilience) – 복귀(Return) – 미래에 대한 구상(Re-imagination) – 개혁(Reform)으로 이루어진 과정을 거쳐 글로벌 경제 질서가 재편될 것으로 보았다. 단순히 위기에서 무사히 벗어나는 것을 넘어서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은 그 동안 여러 번의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간판 산업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이 위기가 전례 없는 전세계적, 전방위적 위협이 되고 있으나 이 위기를 잘 극복한다면 자동차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끝으로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 대사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 글: 권상순 / 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

* 출처: 한국자동차공학회 제공, 오토저널 2020년 7월호


<참고문헌>

1.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해외 주요국 자동차 시장 및 정책동향(2020. 1분기), 2020.

2. Mckinsey & Company, http://www.mckinsey.com,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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