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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ICME, 디지털 트윈이 바꾸는 자동차 소재개발 패러다임

한국자동차공학회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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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차 산업은 내연 기관에서 전기 동력으로,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그리고 운전자에서 자율 주행으로 이어지는 100년 만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필자는 앞서 본지에 기고한 글에서 주조·소성가공·용접 등 제조의 근간이 되는 뿌리 기술이 가상 공간 설계와 인공 지능 기반 생산 공정으로 고도화되어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1


본 고에서는 그 연장선에서, 이러한 전환의 한가운데에서도 변하지 않는 자동차의 본질인 소재와 제조가 인공지능(AI), 통합전산재료공학

(Integrated Computational Materials Engineering, ICME), 그리고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에 의해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 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자동차 산업의 변화

오늘날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크게 세 갈래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전동화(Electric Vehicle, EV)로, 동력원이 내연 기관에서 배터리 및 모터로 바뀌면서 차량의 구조와 가치 사슬 전반이 재편되고 있다. 둘째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oftware-Defined Vehicle, SDV)으로, 자동차의 핵심 가치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로 이동하고 있다. 셋째는 자율 주행으로, 센서와 인공 지능이 운전자의 역할을 점차 대체해 나가고 있다.


이 세 흐름은 결국 ‘자동차란 무엇인가’라는 정의 자체를 바꾸고 있으며, 완성차 업체의 경쟁 구도와 부품 생태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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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

자동차가 아무리 ‘달리는 컴퓨터’로 진화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자동차는 여전히 강판, 알루미늄, 배터리, 고분자 등 수많은 소재를 성형ㆍ접합ㆍ주조하여 만들어내는 물리적 집합체라는 점이다. 최근의 흐름이 자동차를 새롭게 ‘정의’한다 해도, 자동차를 실제로 ‘존재’하게 하는 것은 결국 소재와 제조 공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동화의 방향은 소재의 중요성을 키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거운 배터리를 싣고도 주행 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경량화 요구가 커지면서, 초고장력강, 알루미늄, 탄소 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 등과 같은 첨단 소재와 이를 성형·접합·주조하는 공정 기술이 완성차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기가 캐스팅이다. 테슬라가 Model Y의 후방 차체를 단일 알루미늄 부품으로 일체 성형한 이 기술은 단순한 원가 절감을 넘어, 수십 개의 부품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전용 주조 합금과 수천 톤급 대형 다이캐스팅 장비라는 새로운 소재ㆍ공정 기술을 요구하였다.2 


도요타의 경우 시제품에서 86개의 부품과 33개의 공정을 하나의 모듈로 통합하였는데, 이러한 부품 통합은 합금 설계와 주조ㆍ성형 공정 기술의 진보가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가능하다.2 현대, 닛산, 볼보, 샤오미 등 10여 개 이상의 완성차 업체가 이러한 종류의 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동화 시대의 경쟁력이 결국 소재와 제조 공정 기술력에서 갈린다는 점을 보여준다.


앞으로 달라지는 것

그렇다면 소재와 제조라는 본질은 그대로인데, 무엇이 달라지는가. 그것은 바로 소재를 ‘개발하는 방식’이 될 수 있겠다. 전통적으로 신소재는 발견에서 상용화까지 통상 10~20년 이상이 소요되는, 시행착오에 의존하는 길고 값비싼 과정이었다. 미국이 2011년 출범한 소재 게놈 이니셔티브(MGI)는 바로 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3 이러한 가속을 가능케 하는 핵심 동력이 AI 기반 소재 설계, ICME, 그리고 디지털 트윈이다.


MGI가 제시한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발견에서 활용에 이르는 소재 개발의 전 과정이 단절된 선형 단계가 아니라, 지식이 통합·반복적으로 순환하는 하나의 연속체로 다루어진다<그림 1>.


● AI 기반 소재 설계

인공지능은 방대한 후보 물질을 빠르게 선별할 뿐 아니라, 목표 물성으로부터 소재를 역으로 설계(Inverse design)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미국 PNNL은 양자 화학 계산을 머신 러닝 모델로 대체하여 3,200만 개의 후보 물질을 단 80시간 만에 18개로 압축하고, 리튬을 약 70% 적게 쓰는 새로운 고체 전해질 후보를 합성하고 검증하였다.4


전통적 실험이었다면 20년 이상 걸렸을 작업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2025년 Nature에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형 AI 모델 MatterGen은 원하는 물성을 조건으로 제시하면 그에 맞는 신소재 구조를 직접 생성할 수 있다고 발표하였다. 연구진은 MatterGen이 설계한 신소재를 실제로 합성하여, 설계 목표였던 체적 탄성 계수를 측정함으로써 생성형 AI 역설계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5


● ICME

ICME는 공정–조직–물성–성능(Process–Structure–Property–Performance) 관계를 멀티 스케일 및 멀티 피직스 시뮬레이션으로 연결하여, 소재와 부품을 동시에 설계하는 방법론이다.6 <그림 2>와 같이 ICME는 전자 스케일에서 매크로 스케일에 이르는 다중 스케일 해석에 유체ㆍ구조 역학, 열ㆍ물질 전달, 화학 반응, 전자기장 등 다중 물리 현상을 결합하여 공정-조직-물성-성능의 연계를 예측한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이미 Ford의 가상 알루미늄 주조(Virtual Aluminum Casting, VAC), GM의 가상 주조 부품 개발(Virtual Cast Component Development, VCCD), 그리고 목표 경량화 25% 이상 및 모델 예측 오차 15% 이하를 달성한 Ford의 CFRP ICME 프로젝트 등으로 그 효용이 입증되어 왔다.6


● 디지털 트윈

디지털 트윈은 소재의 공정, 나아가 생산라인 전체를 가상 공간에 복제하여 실시간 데이터와 연동하는 기술이다. 이를 활용한 가상 제조(Virtual Manufacturing)는 실물을 만들기 전에 가상 공간에서 공정을 검증함으로써 시행착오와 시제작 비용을 크게 줄인다. 이 기술을 활용하여 BMW는 신규 생산라인의 충돌 검증을 약 4주에서 3일로 단축하였고,7 르노는 디지털 트윈으로 신차 설계 기간을 약 4분의 1로 단축하였다고 밝혔다.8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 또한 조립 레이아웃과 생산라인 최적화에 디지털 트윈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자동차 제조 분야의 디지털 트윈 시장은 2025년 약 57억 달러에서 2034년 약 1,170억 달러로 연평균 3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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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이 세 기술이 따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가 소재를 설계하고, ICME가 그 소재의 공정-물성-성능을 예측하며, 디지털 트윈이 이를 가상의 생산라인에서 검증하는 하나의 순환 고리를 이룰 때, 비로소 ‘소재 개발의 가속’이 완성된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순환형 연구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재료연구원은 2025년, 연구자가 목표 물성을 입력하면 AI가 실험 조건을 설계하고 로봇이 시편 제작과 측정을 수행한 뒤 그 결과를 다시 AI가 학습해 다음 실험을 제안하는 ‘AI-로봇-AI’ 완전 순환형 자율 실험실 ‘오토노머스 랩(Autonomous Lab)’을 공개하였으며, 후속으로 디지털 트윈 실험실과 멀티 모달 AI 연동을 추진하고 있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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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은 한국재료연구원이 구축한 자율 실험실에서 로봇이 시편 제작과 시험을, AI가 결과 분석과 다음 실험 설계를 담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국내 산업이 준비해야 할 방향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산업이 준비해야 할 방향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양질의 데이터 축적과 그 기반이 되는 기초 연구이다. AI와 ICME가 내놓는 결과의 신뢰도는 결국 입력 데이터와 모델의 품질에 의해 좌우된다. 부정확하거나 편향된 데이터로 학습한 모델은 잘못된 예측을 내놓을 수밖에 없으며, 데이터의 품질이 곧 예측의 품질을 결정한다. 또한, 모든 모델은 고유의 가정과 표현의 한계를 지니므로, 그 한계를 명확히 이해하고 적용 범위를 분별하는 안목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실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생산하는 기초 연구와, 소재ㆍ공정 데이터의 표준화ㆍ공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 EU, 일본은 정부 주도로 대규모 소재 구조ㆍ물성 데이터 베이스를 확충해왔으며, 우리나라도 202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부처ㆍ사업ㆍ연구자별로 흩어진 데이터를 통합ㆍ공유하는 ‘국가 소재 데이터 스테이션(Korea Materials Data Station, K-MDS)’을 구축하였다.11


둘째, 공정 시뮬레이션 역량의 강화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2017년부터 소부장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가상 공학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여, 원료-조성-공정-물성 단계의 소재 데이터 약 198만 건을 축적하고 장비ㆍ소프트웨어 297종을 구축해 기업의 해석 및 설계를 지원해 왔다.12 포스코 또한 가열로 소재 추출 타이밍 제어, 슬래브 품질 예측 등 생산 공정에 AI를 적용하며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13


셋째, 소재–공정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과 융합 인력의 양성이다. 데이터 데이터, AI, ICME, 디지털 트윈이 개별 기술로 분산되어서는 소재 혁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 산·학·연과 대·중소기업이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자산을 공유하고 공동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통합 플랫폼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소재 AI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국가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2026년 출범한 한국재료연구원(KIMS)과 서울대학교의 소재 AI 연구센터는 실험·이론·모델 개발을 연계하고 데이터 기반 설계·예측으로의 전환과 전문 인력 공동 양성을 추진하는 대표적인 협력 모델이다.14 


또한 KIMS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KAIST, 국민대학교, POSTECH 등 주요 연구 기관이 참여하여 금속 소재 초거대 AI 파운데이션 모델, 멀티 모달 빅 데이터, AI 서비스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전산 재료 과학 기반 AI 시뮬레이션, 공정–미세 조직–물성 예측, 가상 데이터 생성, 능동 학습 기반 실험 최적화 등 핵심 기술 개발을 통해 국내 소재 AI 생태계와 디지털 소재 혁신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무게 중심이 소프트웨어로 옮겨가는 시대에도, 자동차를 자동차이게 하는 것은 여전히 소재와 제조이다. 다만 그 경쟁의 양상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이제 미래 자동차의 경쟁은 더 좋은 소재 만을 찾으려고 하는 자가 아니라, 더 빠르게 소재를 개발하려고 하는 자가 우위를 선점할 것이다. AI, ICME, 디지털 트윈을 하나로 묶어내는 통합 역량이 그 속도를 결정하며, 이를 뒷받침할 양질의 데이터와 기초 연구, 플랫폼, 그리고 융합 인력의 준비가 곧 국내 자동차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참고자료>


1. 이명규,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대응하는 뿌리산업 경쟁력강화, 오토저널, 한국자동차공학회, 제43권 제9호, pp. 32–34, 2021.

2. “Toyota gigacasting prototype cuts production from hours to minutes, Nikkei Asia, Sept. 2023.

3. U.S. National Science and Technology Council, Materials Genome Initiative Strategic Plan, OSTP, 2021. https://www.mgi.gov

4. Microsoft Azure Quantum Blog, Unlocking a new era for scientific discovery with AI: How Microsoft’s AI screened over 32 million candidates to find

a better battery, 2024.01.09. https://azure.microsoft.com/en-us/blog/quantum/2024/01/09/unlocking-a-new-era-for-scientific-discovery-with-aihow-microsofts-ai-screened-over-32-million-candidates-to-find-a-better-battery/

5. C. Zeni, et al., A generative model for inorganic materials design, Nature, 2025. (doi: 10.1038/s41586-025-08628-5)

6. J. Park, et al., Integrated Computational Materials Engineering for Advanced Automotive Technology: With Focus on Life Cycle of Automotive Body Structure, Advanced Materials Technologies, vol. 8, 2201057, 2023. (doi: 10.1002/admt.202201057)

7. BMW Group, BMW Group Scales Virtual Factory, Press Release, 2025. https://www.press.bmwgroup.com/global/article/detail/T0450699EN/bmwgroup-scales-virtual-factory

8. Renault Group, Vehicle digital twin: when physical and digital models unite, 2022. https://www.renaultgroup.com/en/magazine/technology/vehicledigital-twin-when-physical-and-digital-models-unite/

9. Evolvance Market Research, Digital Twin in Automotive Manufacturing Market, 2025. https://evolvancemarketresearch.com/reports/digital-twin-inautomotive-manufacturing-market/

10. 한국재료연구원(KIMS), KIMS Develops AI-Driven Fully Automated Research System for the Entire Materials Research Lifecycle(오토노머스 랩), 보도자료, 2025.06. https://www.kims.re.kr/v17/bbx/board.php?bx_table=en_04_02&wr_id=248

11.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재 연구데이터 수집·활용을 위한 국가 소재 데이터 스테이션(K-MDS) 오픈, 보도자료, 2022.05. https://kmds.re.kr

12. 산업통상자원부·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가상공학플랫폼 구축사업(소재데이터), 2017– . https://www.kiat.or.kr

13. 포스코 뉴스룸, 디지털 제철소, 그 이상 — AI@POSCO(생산공정 AI 적용), https://newsroom.posco.com

14. 서울대학교 공과대학·한국재료연구원(KIMS), ‘소재 AI 연구센터’ 설립 MOU, 2026.01. https://www.newswire.co.kr/newsRead.php?no=1027553


* 출처: 한국자동차공학회 제공, 오토저널 202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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