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트


모빌리티, 자율주행, 전동화 등 자동차 관련 글로벌 정보를 제공합니다


미국이 촉발한 배터리 전쟁 2라운드, 승자는?

운영자
2022-09-20
조회수 35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우선주의의 산물이다. 무엇보다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한 탄소중립은 미국식 분열주의로는 달성할 수 없다. 그리고 앞선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미국은 그들이 주도한 글로벌 전략에 의해 오히려 미국 자동차 산업의 후퇴를 촉발했다. 지금 미국의 정치권은 미국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표를 의식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고 이미 방향이 바뀐 메가 트렌드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 다른 나라는 물론이고 미국 내 학자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어쨌든 그로 인해 변화가 시작됐다.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미국 정부가 바라는 일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배터리를 둘러싼 상황을 중심으로 정리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한국자동차기자협회 고문)


2022년 상반기 전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중국 CATL이 전년 28%에서 34.8%로 많이 증가했다. 반면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은 23.8에서 14.4%로 크게 줄었다. SNS 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삼성SDI는 같은 기간 5.8%에서 4.9%로 떨어졌고 SK온은 5.3%에서 6.5%로 늘어났지만 세 회사를 합해도 25.8%로 CATL에 크게 뒤진다. 10대 배터리 업체들만으로 국한해도 중국 업체의 점유율이 55.1%로 크게 앞섰다. 다음으로 한국이 25.8%, 일본 9.6%다. 


그러나 국가별로 분류하면 3년 전인 2019년 상반기의 데이터와 비교하면 점유율에서 극적인 변화는 아니다. 2019년 상반기 전기차용 이차 전지 출하량 순위는 CATL이 점유율 26.4%, 파나소닉이 23.7%, BYD 14.5%, LG화학 12.8%, 삼성SDI 4.4%, 엔비전AESC 3.7%, 구오슈안 3.4%, SK이노베이션 2.4%, 리센 1.5%, EVE에너지1.1% 등으로 10위 안에 중국 업체가 다섯 개로 중국 하위 업체들의 등락은 있었으나 전체적으로는 달라지지 않았다. (배터리 전쟁 그 2라운드의 서막) 국가별로는 중국이 52.9%, 일본 27.4%, 한국 19.7%였다. 한국이 상승한 만큼 일본이 하락한 것이다.



달라진 것은 배터리 사용량이다. 전기차의 배터리 총사용량이 올 상반기 203.4GWh로 전년 동기 대비 76.8% 상승했다. 2019년 연간 사용량 116.7GWh보다 상반기에만 두 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2020년 3분기부터 시장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배터리의 가격은 1kWh당 2019년에 150달러 전후였던 것이 2021년 128달러까지 하락했으나 올해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인 변화가 가세하며 가격이 오히려 인상될 추세가 점쳐지고 있다. CNBC 등 일부에서는 2023년에는 110달러까지 하락하겠지만 2026년까지 22%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배터리 형태의 변화도 이어지고 있다. 2021년 초 기준으로 가장 많은 각형은 중국의 CATL과 BYD, 삼성 SDI, 노스볼트가, 파우치형은 LG 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원통형은 파나소닉이 주로 생산한다. LG 에너지솔루션도 원통형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테슬라가 파나소닉과 4680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하면서 CATL도 직경 46mm의 원통형 셀을 개발해 2025년부터 BMW의 뉴 클래스에 공급하기로 하는 등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 내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파우치형이 대세라는 잘못된 정보와는 대조적인 내용이다.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인플레이션 감축법


여기에 다시 변수로 부상한 것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7,500달러의 전기차 세금 공제로 이는 2023년 1월부터 갱신되며 2032년 말까지 10년 동안 지속된다. 지금까지 업체를 지원하는 형태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바뀌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7,500달러 세액 공제의 절반은 핵심 광물 원산지 비율에 따라, 나머지 절반은 북미산 배터리 부품 사용 비율에 따라 차등 지원된다. 앞으로 핵심 광물 25종의 구체적인 제련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미국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 및 제련한 배터리 핵심 광물을 2023년 40% 이상, 2027년부터는 80% 이상 사용해야 3,750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이 부여된다. 또한 북미에서 제조 조립된 배터리 부품은 2023년 50% 이상, 2028년부터 100% 사용해야 3,750달러의 세액 공제가 부여된다. 중국과 러시아산을 사용하면 제외되는데 다만 중고차에는 이 내용이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북미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와 미국의 우방국(?)에서 채굴한 광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결정은 불가역적인 힘을 가진다. 특히 한국의 주류들은 여전히 미국이 기준이고 미국의 결정이 당연하다고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SNE리서치는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21년 64GWh에서 2023년 143GWh, 2025년 453GWh로 연평균 6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셀 생산업체가 없는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 업체들의 것을 배제한다면 당장에는 한국 배터리 3사에 가장 큰 기회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3사가 생산하는 배터리 셀의 원자재의 70%가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자동차업체들


당연히 많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미국에서의 생산을 늘리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에서의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 투자를 가속하거나 기존 계획을 변경하고 새로운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 때문에 월스트리트 저널과 로이터 통신, 포브스 등은 바이든의 전략이 빛을 보고 있다고 분석하는 기사를 내놓고 있다.


물론, 이미 20세기와는 다른 존재감 때문에 미국이 원하는 대로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당장 수익성이 중요한 기업들은 미국으로의 투자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기아의 미국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건설해 2025년부터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다. 올해 안에 착공해 가능한 한 생산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니켈과 리튬과 같은 EV 배터리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캐나다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폭스바겐은 이번 합의가 공급망을 단축하고 미국 판매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미 조지아주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가진 메르세데스 벤츠는 록 테크(Rock Tech)에서 1만 톤의 배터리 등급 리튬을 소싱하여 2025년 이후 모든 전기 포트폴리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혼다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해 연간 40GWh 용량의 새로운 미국 배터리 공장에 4.4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2023년 초에 공사를 시작해 2025년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미국에 40억 달러를 투자와 또 다른 배터리 셀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파나소닉 홀딩스의 파나소닉 에너지는 지난 7월 캔자스 시트 교외에 40억 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배터리 셀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었다. 그리고 오클라호마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의 기가 네바다에 배터리 셀을 공급하고 있다. 캔자스와 오클라호마 공장은 당연히 테슬라의 기가 텍사스에 4680배터리 셀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요타자동차는 2024년~ 2026년 배터리 생산을 목표로 미국 및 일본에 최대 7,300억 엔(약 56억 달러)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는 미국 및 일본에서 최대 총 40GWh의 생산 능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테슬라도 기가 베를린이 있는 독일 그린 하이데 배터리 생산 계획을 연기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로이터 통신 등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인해 북미에서 생산할 경우 배터리 가격을 40%를 낮출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설득력 있는 소식이다.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럽의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2023년 1월 시행되면 배터리 셀은 1kWh당 35달러의 보조금을 받게 되며 모듈 조립에도 10달러를 받을 수 있다. 이는 현재 kWh당 120달러 선의 배터리 셀 가격을 40%가량 낮추는 결과를 낸다.


테슬라의 기가 베를린에서는 모델Y가 흰색과 검정색 두 가지만 생산되고 있으며 배터리는 중국 BYD의 2170 원통형 리튬인산철 배터리 셀이 탑재되고 있다.


테슬라는 미국의 기가 네바다와 기가 텍사스에서 파나소닉과 함께 4680 배터리셀 생산에 들어간다. 때에 따라서는 이곳에서 생산 4680 배터리 셀이 기가 베를린에 공급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CATL도 포드에 더 저렴한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2026년까지 북미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9~10월 중 결정되며 2026년부터 북미에서의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포드, BMW 및 테슬라를 포함한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CATL의 목표는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 정부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미국을 향해 적대적 태도를 보이며 군사적 행동을 포함한 보복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을 거론했었다. 이는 미국의 중국 견제가 반도체와 친환경차 등 첨단 산업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변동성이 큰 이슈다.


CATL이 이런 상황에도 미국 공장 설립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미국 정부의 규제 리스크와 비교해 공장 설립으로 얻을 수 있는 기대 효과가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로이터는 CATL이 배터리 생산을 위해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켄터키주의 공장 입지 평가가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었다.


미국 일자리 64만 여 개 창출이 의미하는 것 

중국에는 현재 약 1만 1,000개의 리튬 이온 배터리 회사가 있으며 2021년에는 1,000개 이상이 등록되어 있다. 또한 중국 산업기술정보부는 2021년 배터리 업계의 총생산액은 6,000억 위안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코로나19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리튬 이온 배터리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인상, 칩 부족 등의 어려움이 있지만 올해에도 신에너지 차 부문의 전망은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연구기관 등의 전망도 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신에너지 차 판매가 최소 4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협회(CAAM)는 올해 5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시장 1분기 신에너지 차 생산 및 판매는 각각 129만 대와 126만대로 2021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0%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은 자동차 부문의 19.3%로 전년 대비 11.4% 포인트 증가했다. 중국 브랜드는 전체 시장보다 높은 1.5배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한국 배터리 3사는 중국 시장에 추가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를 우대하기 위해 보조금 지급 세부 기준을 'LFP 배터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주요인이다. 그 때문에 최근에는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개발도 진행하고 있지만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유럽 메이저 브랜드들은 이미 중국 저가 리튬인산철 배터리 채택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현대기아차도 예외가 아니다. 일부에서는 중국에의 투자보다는 유럽과 미국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과연 옳은 전략일지는 검토가 필요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과 북미에서의 전기차 판매량은 각각 114만 대, 50만대로 중국(247만 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2017년 330억 달러(약 43조 1,640억 원)에서 연평균 25%씩 성장해 2025년 1,600억 (약 209조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토요타가 30여 년 이상 세계 자동차 시장을 장악했다고 일본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애플과 구글, 테슬라가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린다고 미국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어떤 결과를 낼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 보면 한국 자동차 회사와 배터리 업체의 미국 생산 확대는 당연해 보인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기도 하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의 제조업과 고용은 어떻게 될 것인 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새로운 정책은 미국 경제에 약 64만 2,000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추가했다는 데이터가 나왔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미국의 고용을 창출해 내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11월 중간 선거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지속 가능하고 깨끗한 에너지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는 말로 포장하고 있지만 결국은 전기차의 판매를 늘리거나 탄소중립 달성을 할 수 있을 지를 오히려 부정적인 시각이 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무력으로 승자독식 구조를 당연시하는 지극히 불공평한 정책을 지금 미국이 시행하고 있다.


20세기 말과 21세기 초 일본과 중국을 견제하려다 오히려 일본 자동차 회사들과 중국 자동차 산업을 일깨웠던 미국이 이번에는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낼지 궁금하다.


주소: (03157)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9층 914호(종로1가,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이메일: kaja@kaja.org 
Copyright 2019 KAJA(한국자동차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