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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발전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한국자동차공학회
2022-07-17
조회수 65


마 전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한 케이블 방송에서 70년대 중반 우리나라 TV에서 인기 있었던 미국 드라마 '원더우먼'을 보게 되었다. 여기 나오는 한 빌런의 대사 중에 “40억 지구 인구를 멸망시킬 무기...”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순간 깜짝 놀라게 되었다. 40억 세계 인구? 몇 년 안에 지구 인구가 80억이 넘을 것이라는 자료를 본 적이 있는데 내가 살아온 반 세기만에 두 배로 인구가 늘어난다는 사실은 좀 믿기 힘들었다. 인구가 두 배로 늘었다는 사실은 경제 활동이 그 이상으로 확대되었고, 기술 발전에 의한 효율 향상이 이루어졌기는 하지만 생활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에너지 소비량도 그 이상으로 크게 증가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와 지금 현재 전 세계가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가 머릿속에 함께 겹쳐지며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화두가 새삼스럽게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로 다가왔다.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용어는 1980년대 후반에 처음으로 나온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경제 사회 발전의 기본 원칙으로 여겨져 왔다. 경제 사회의 발전과 환경 보존의 모순된 상황을 극복하고 현 세대와 미래 세대가 함께 풍요를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핵심은 인간의 경제 활동으로 발생한 환경 문제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 생물학적 다양성, 자연 재해 등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 환경, 문화, 경제 분야에서 전 세계적인 협력들이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전염병 발생 이후의 여러 상황은 지속가능발전이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도 수요 회복에 따라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전 지구적 재생 에너지 사용의 증대는 여러 면에서 화석 연료의 사용은 줄였으나 정치적 위기 상황이 세계화로 균형을 이루어왔던 자원의 공급망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이것은 무분별한 자원 개발을 부추기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자동차 분야 전반에도 나타나고 있는 공급 부족 현상은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지속가능성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 동력 자동차로 전환됨에 따라 소요되는 광물의 종류가 크게 달라진 것은 급속한 수요 증가에 따라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 전기자동차의 핵심 광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개발이 지구 생태계가 버텨낼 수 있을 만한 수준인지 아무도 모른다.


ESG 경영이 중요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자본의 논리가 우위에 있기 때문에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 전기 에너지만 해도 안정된 공급을 위해서는 여전히 석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재생 에너지, 원자력 같은 대안은 아직 선결해야 할 가정이 너무 많다. 오로지 자연에 의지해야 하는 재생 에너지는 전주기적으로 반환경적 요소를 줄여 나가야 하고 원자력은 폐기물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이며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 안전성 확보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 개발을 통해서 이러한 난관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만 이런 의문에 대한 완벽한 대답은 아직 없어 보인다. 탄소 중립을 목표로 보급하는 바이오 디젤의 생산을 위해 인도네시아 원시림이 파괴되고 태양광 시설이 멀쩡한 산림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올해 아카데미 영화상 4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던 영화 “Don’t look up”은 비록 허구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진실이 왜곡되고 정치, 경제 논리에 의해 인류 생존이 달린 문제가 희화화되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지 잘 묘사하고 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는 하지만 인류는 이성적 판단을 통하여 많은 시대적 어려움을 이겨내 온 것은 사실이다. 기술 발전을 통해 엄청난 전쟁, 질병, 재난을 해결했다. 파리 기후협약의 결과를 보면 국가 간의 이해 득실에 따른 갈등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전 지구 차원의 협력은 2차 대전 후에 시작된 유엔 창립 이외에는 없었다고 한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이산화탄소,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기자동차, 수소전기차를 보급하고 있지만 전기, 수소 생산을 추적해보면 여전히 많은 양의 온실가스 발생이나 대기 오염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기자동차나 수소전기자동차 보급을 중단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신재생 에너지와 원자력 에너지가 결코 대척점에 있는 에너지원이 아닌 것처럼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나 전기를 사용하는 배터리 전기자동차를 흑백 논리로 보아서는 안 된다. 서로 보완적 관계를 활용하여 충분히 성공적 결과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화석 에너지의 반대말로 재생 에너지라고 쓰이는 것처럼 일반인들에게 내연기관 자동차의 반대가 전기자동차로 인식되는 현실은 안타깝다. 용어상의 대립되는 말이 현실 세계에서도 적용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본다. 각각의 장점을 활용하여 더욱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기존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에서 수소 가스를 사용하면 더 적은 비용으로 수소연료전지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고, 유럽에서 많이 연구되고 있는 탄소 중립 합성 연료(e-fuel)를 활용하면 지구 대기 중에 내연기관에 의한 이산화탄소 증가는 없게 된다. 비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재생 에너지의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천연가스나 액화석유가스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전기 하이브리드 자동차 역시 적은 비용으로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는 방법이라는 분석 결과도 나와 있다.


정치적, 사회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보다 큰 안목으로 대안을 찾아보면 보다 슬기로운 해법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 선언적이고 일방적인 정책 기조 아래에서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고 검토되는 기회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다.


저자는 철저히 분업화된 현대 사회에서 기술 개발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한 연구원에 지나지 않지만 인류의 미래를 경고하는 생태학자들의 경고를 접하면 점점 더 많은 걱정이 든다. 앞으로 한 세기 이내에 호모 사피엔스가 멸종할 수 있다는 예견이 극단적 주장만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렵다. 요즘 여러 언론을 접하다 보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현재 제시되고 있는 여러 기술적 해법들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의 인류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발전이 아니라 미래를 위하여 어는 정도의 퇴보(?)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그것은 미래 세대를 위하여 지금까지 끝없이 추구해온 풍요로움을 잠시 포기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는 생활 방식을 받아 들여야 함을 의미할 수도 있다.


우리가 최근 2년 이상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으로 인해 비대면이라는 익숙치 못한 환경에 잘 적응하며 살아온 것처럼 궁극적으로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앞으로 마주하게 될 여러 도전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여전하다. 또한, 이러한 믿음이 자동차 분야에서도 에너지 전환을 준비하는 시기에 여러 측면을 고려하여 냉정한 시각으로 다시 한번 미래에 관한 진지한 고민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 출처: 한국자동차공학회 제공, 오토저널 202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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